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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보여지는 것에서가 아니라 발견하는 데서 얻어질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은 토지 위의 경작이 그런 것처럼, 끊임 없이 갈고 닦아 경작될 때 비로소 얻어질 수 있는 고매한 정신의 활동인 것이다.

이번 "그림이 있어 행복한 파리생활 전"에는 12분의 작가들이 출품함으로써 풍요로운 한 해의 끝과 새 해 사이에서 펼쳐질 향연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파리교민 사회에서 문화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 2009년에는 "글로벌 행복"을 누릴 기회로 마련된 전시 이후, 봄날의 전시 "그림이 있어 행복한 파리생활" 개최되어 전시 수익금이 예술을 공부하는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되었고, 예술을 사랑하여 한 점의 좋은 작품을 소장하고자 하는 대중들에게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기획 초대전에 이어, 이번 해에는 서초 조동화, 오천룡, 방혜자, 박동일, 권순철, 진유영, 고송화, 정택영, 곽수영, 이 배, 이명림, 이순영 등 열 두 분의 작가들이 출품을 해 주심으로 보다 풍요로운 시각적 향연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서초 조동화 화백의 작품은 인간의 고뇌와 질풍노도의 역경을 이겨낸 눈물의 결실로 표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미 실명 상태에서 손가락 끝의 감각으로 더듬고 만져가면서 작품을 완성해 간다. 빛이 완전히 차단된 어둠의 세계에서 가장 밝은 백색의 선으로 볼 수 있는 두 눈을 가진 자보다 더 명료하게 삶을 그려나간다. 십자가를 짊어진 고뇌의 예수 모습과 우거진 자연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오천룡 화백은 단순 명쾌한 선의 음영을 통해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신비함과 그 내밀함을 보여준다. 굵은 검정의 라인으로 각인된 극명한 선을 따라 긁히고 다시 그 안에 상감기법처럼 색을 주입시킴으로써 형태는 살아 움직이고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한 형상을 이룬다. 이는 뛰어난 사물의 통찰력과 고도의 세련된 드로잉 능력으로 표현이 가능한 단순. 명쾌함으로 화면을 이루어 나가며 사물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보는 자로 하여금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해 준다.

권순철 화백은 질박함과 세월의 영겁을 통해 인간의 존재와 실존을 다룬다. 그의 질박한 물감의 재질감은 흡사 인고의 풍상을 겪어온 한 인간의 역사를 더듬는 듯하다. 그 안에 고인 인고의 세월과 상흔들, 그 속에 배인 삶의 녹록한 편린들이 영상의 기록물처럼 하나의 텍스트를 형성하면서 은유적인 절규를 한다. 마치 풍상을 겪고 숙성되어 이제 세상의 섭리를 다 깨우친 듯한 거대한 인간상을 마주 하는 것과 같은 충동, 그 자체로 보는 이의 심금을 압도하는 것이다.

방혜자 화백의 빛은 현란한 빛이 아니며 직사광이 아니다. 그의 빛은 굴절되고 반복을 거치고 여과되면서 농익은 빛으로 다시 태어난 그런 빛이다. 인간의 염원이, 살아있는 소망이, 절규가, 내면으로부터 절절이 배어 나오는 찬란한 빛이, 그러나 매우 겸손하며 영롱한 내면으로부터의 빛으로 태어나 보는 이들의 심장 속으로 파고 들어가 그의 내면으로부터 다시 분출되는 전광석화와 같은 그런 힘과 동시에 부드러움을 함유하고 있는 그런 빛이다.

진유영 화백의 작품은 사물의 존재와 불가역성을 표현한다. 모든 사물의 존재 방식과 그 사물의 본질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 밖으로 끄집어 낸다. 지면 깊은 곳으로부터 샘을 파고 들어가 고갈된 땅을 적시는 물처럼 그렇게 깊고 심오한 사물의 본질을 탐색해 들어간다. 마침내 그가 끄집어내고 퍼 올린 사물들이 서로 화해와 융합을 하면서 거대한 대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연출한다. 그가 표현해낸 사물을 통해 우리는 사물의 본질에 더욱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박동일 화백의 작품은 기억의 유희를 다시 찾게 해 주는 묘미를 지닌다. 현란한 색채의 마술사처럼 동심의 그것처럼 우리의 기억의 샘에 고인 질펀한 회상들을 하나의 파노라마로 전개시키면서 화면을 마치 만화경처럼 스토리텔러처럼 전개시켜 나간다. 그 속에서 꿈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사랑을, 연민을, 향수를, 잊혀졌던 기억의 샘으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고송화 화백은 가장 강한 역설의 화면을 이룬다. 그 역설은 가장 어두운 것이 가장 밝은 것이라는 것, 역동성은 정적인 것으로부터 태동된다는 것, 태고의 소리로 울려 퍼지는 진동과 같은 것, 그러한 전율 속으로 우리의 시선과 감정을 이끌어간다. 그 진동은 곧 큰 파장을 일으켜 마침내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그 격랑이 마치 귓전에 울려 퍼질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 절묘한 시각적 청각효과를 분출하는 지극히 정적이며 동적 움직임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정택영 화백은 생명의 본질을 절제된 색과 화면의 병치로 출발한다. 꽃을 표현하되 이미 꽃이 아니며, 화면 위에 표현된 모든 존재들이 실상이며 동시에 허상이다. 있음과 없음에 대한 대비이며, 동시에 충만과 공허에 대한 극적 대비이다. 위대한 것이 거대한 것이 아닌 것을, 단지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그 무엇이 아니라 익명의 사물들과 무명초들처럼, 변방에 내팽개쳐져 잊혀져 잘 알려지지 않은 익명성들, 이러한 것들을 드러내고 표현함으로써 진정한 사물의 존재양식과 가치를 현현하고 생명의 숭고함과 자유, 그리고 존재의 힘과 빛을 드러내 우리의 삶이 무엇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곽수영 화백의 화면은 끊임없이 이어진 아스라이 펼쳐진 평원의 이상향이다. 끝닿은 듯, 명멸해가는 지평의 저 끝을 향해 질주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가차 없이 끊어놓는다. 그의 화면은 긁히고 파여 헤진 인간의 피부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긁고 덮히며, 다시 파여, 그 파편들이 서로 어르고 위로하며 화면의 표면을 형성해 간다. 그러한 존재의 파편들이 마침내 아물고 새로운 피막이 형성되어 가면서 그 위로 새살이 돋아난다. 고통 없이 이루어진 결실이 없는 듯, 곽수영의 화면은 살아있는 자의 강한 생명력과 흔적으로 농부가 밭이랑을 일구어 나가듯 그렇게 태연한 몸짓으로 화면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배 화백은 마음에 점을 찍는 행위이다. 존재의 부재, 그 부재의 공허 속에 다시 존재의 강한 방점의 흔적을 찍는다. 그것은 단지 검은 색일 뿐이지만, 빛이 차단된 그 검은 색의 반점 속에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신비한 색들을 모두 흡수해 내밀히 감추고 있다. 그 점들 사이를 빈 공간이 유영한다. 마치 유유히 흐르는 물결 사이를 두고 우주가 생성 된 듯, 가시적인 점의 존재와 비가시적인 텅 빈 공간 사이를 교차하면서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강하게 충동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명림 화백의 화면은 카오스의 세계에서 질서를 찾아 나서는 순례자의 모습 같다. 마치 바람결 같은 유연한 곡선들이 서로 무질서하게 교차하면서 화면은 점차 새로운 질서의 세계로 진입해 들어간다. 꿈결, 바람결, 물결 같은 그의 화면에서 우리는 기억의 저편에 투영된 한 인간의 드라마틱한 꿈을, 소망의 언덕을 넘어서는 낯선 나그네의 뒷모습 같은 처연함이, 나래를 펼친 꿈 속의 나비 같은 그 부드러움과 신비로운 형상으로 우리의 시선을 꿈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순영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 시각적 충동을 포착해내는 기기묘묘한 정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의 화면에서는 현실에서는 재현해 낼 수 없는 불가사의를 실제화하는 데페이즈망 기법을 차용하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상상의 세계를 체험케 한다. 오즈의 마법사처럼, 그의 화면은 형이상학적이며 동시에 생경한 비현실의 세계를 현실화시킴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존재하지 않는 비경을 체험케 하는 사진 매체의 절묘함을 가감 없이 표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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