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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영, 권순철, 박동일, 정하민, 조돈영

 

파리는 며칠 동안만 잠깐 여름이었던 듯, 올해의 더위는 그런대로 수월하게 지나갔다. 벌써 긴 소매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고, 아침 저녁의 제법 선선한 바람이 코 끝을 스치며 다가오는 가을의 청명한 손길을 느끼게 한다. 가을을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 퐁데자르 갤러리(관장 정락석)는 재불작가 5인으로 구성된 전시 "AVEC..." (..와 더불어)을 준비하고 있다. 곽수영, 권순철, 박동일, 정하민, 조돈영 (가나다순) 화가들의 각각 독특하고 다양한 스타일은 더욱더 넉넉하고 풍성한 마음으로 가을을 맞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전시 "AVEC..."은 9월 3일(화)부터 열리며,  베르니샤쥬는 9월 12일(목)에 개최된다.  

곽수영 화가의 작품은 "마치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멀리서 성당을 바라보는 듯  아슴프레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좀 더 가까이 가서 그림을 바라본다고 해도 명료해 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슴프레함은 더욱 더 심해진다. 그는 캔버스 위에 여러 번의 물감 층(層)을 입혀 마티에르를 두껍게 한 후, 뾰족한 연장을 이용하여 긁어냄으로써 선을 하나씩 하나씩 탄생시킨다. 꽃씨 같기도 바람 같기도 한 이러한 선들이 모여들며 차츰 형태가 드러난다. 그의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 위에서 판화를 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겹의 물감 층으로 된 지층(地層)을 파헤치면서, 그는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캐내는 시간적인 시-층 (時-層, 시간의 층), 그리고 인간 본연에 깊숙이 내재해 있던 시적(詩的) 감흥을 일으키는 시-층(詩-層)을 드러낸다" (이하 인용문은, 심은록, "Avec..."에서 발췌 및 요약).  

권순철 화가는 오랫동안 한국인의 <얼굴>을 그려왔다. 그의 그림에서 "'얼굴'이라는 단어는 캔버스 위로 쌓이는 두꺼운 물감 층(層) 만큼이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화폭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 얼굴의 주인공이 겪은 '삶'이 서서히 드러나고, 그의 '영혼'의 울림이 반향 되어 깊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림을 계속 바라보며 명상을 하노라면, 이 얼굴은 이 명상자가 태어나고 자라난 '익숙한 대지' 같기도, 흔들리는 자신을 지탱해주는 아버지의 등이나 신(神)과 같이 든든한 '바위 (반석)' 같기도, 마음 속에 담고 살며 어려울 때마다 위안을 주는 어머니 같은 고국의 '산천'같기도 하다. 혹은 엄청난 인간을 품어 않고 끊임없이 우주를 달리고 있는 '지구'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래선지, 오랜 시간과 고통을 겪어낸 인고의 <얼굴>에는 우주의 섭리가 담겨 있다." 

박동일 화가의 그림은 시(詩)가 담겨있는 풍경이다. "이 풍경은 마치 시(詩)의 리듬에 의해 개화된 듯 환상적, 동화적, 몽상적이다. 잘나가던 주요일간지 신문기자를 포기하고 전업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예민하게 세상을 분석하고 비판했던 그의  현실적 관점이 사라지고, 대신 시적이고 예술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읽고 노래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봄의 화사함 뿐만 아니라 가을 단풍의 화려함까지, 여름초목의 싱싱한 푸르름 뿐만 아니라 겨울 산정에 풍성히 쌓인 눈(雪)의 따스함과 정결함까지 함께 담겨져 있음에도, 자연스럽고 조화롭다. 그는 그렇게 세상의 아픔을 감싸주고 달래주고 있다. 그의 최근 작품 속의 풍경들을 보면, 왠지 동양화의 십장생이 있는 풍경을 떠오르게 된다. 물론 그의 그림에서는 오랜 삶을 기원하는 십장생이 아니라, 밤하늘의 달과 별처럼 순수하고 어린 마음의 영원을 기리는 그러한 기원이 담겨있다". 

정하민은 다양한 크기의 페인팅 나이프를 사용해 작업을 한다. "붓으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강하면서도 찰나적인 예민한 터치'와 같이, 좀더 직접적인 감성적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이프로 그려진 '선'이나 '면'들에는 작가의 몸짓이 그대로 담겨있고,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작가의 감성을 그대로 전달받게 된다. 페인팅 나이프로 이만큼 다양한 표현을 하는 작가를 보기란 쉽지 않다. 추상이 무르익는 분위기 가운데, 언뜻 언뜻 보이는 낙서 같은 사람의 형태는, 마치 아이들이 어떤 빈 장소(공책, 벽, 등등)에  혹은 태초의 인간이 동굴의 벽에 본능적으로 그림을 그리듯, 그러한 예술의 충동을 말하는 듯 하다. 참을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미적 욕망, 거부할 수 없는 예술의 매력과 '함께'(Avec) 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운명이 그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화가 조돈영은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 스타일을 바꾼다. 그것도 조금씩 변형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다른 변화를 추구한다. «매번 그의 스타일이 바뀔 때마다 엄청난 탄생의 아픔을 겪는다. 이를 위해, 깊은 숲 속을 헤매기도, 혹은 아프리카의 깊은 사막까지도 다녀온다. 혹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영혼의 작은 솜털까지 꼿꼿이 설 정도로 그렇게 예민하게 예술적 감각을 긴장시키고 단련시킨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최근의 그의 작품은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로 신비롭다. 또한 작품이 너무나 진지하다가 어느 한 구석에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유머감각도 담겨있다. 작품에 무겁게 몰입되며 침잠되다가, 갑자기 드러난 화폭 가장자리의 여백에서는 멋모를 자유로움을 느끼며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5인전 "AVEC..."의 베르니샤쥬 (9월12일)와 함께 파리지성의 예술부 기자이자 미술비평가, 철학자인 심은록의 책 최근 저서의 출판기념회 및 사인회도 개최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가 10,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가 ? 마르틴 키펜베르거, 마우리치오 카텔란, 장 미셸 바스키아, 데이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리처드 프린스,  피터 도이그, 애니시 카푸어, 천이페이, 쩡판즈』 (아트북스 발행ㆍ276쪽)의 따끈따끈한 책이 퐁데자르 갤러리(파리지성)에 도착, 현재 판매 중에 있다. 이 책은 출판 즉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대다수 주요 언론의 최대 관심을 받았으며, 교보문고에서는 문화예술분야 베스트셀러 반열에 진입했다.  1쇄는 이미 판매완료, 현재 2쇄가 판매 중에 있다. 

이번 전시는 남성 화가들로만 구성된 "AVEC..." 1회 전시이고, 다음에는 재불여성화가들과 함께하는 "AVEC..." 2회 전시가 개최될 예정이다. 곽수영, 권순철, 박동일, 정하민, 조돈영 5인의 재불작가의 예술과 더불어 (Avec), 그리고 심은록 미술비평가의 책과 함께 (Avec), 심적으로 풍성하고 기상이 높은 천고마비의 가을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정락석 파리지성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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