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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최종 수정.jpg

 

5 19일부터 21일까지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파리 전시,‘긴 여정 작은 위로’가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있었다. 이번 전시는 독일에 있는 클레어 함 씨가 주최하고,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수진 작가 기획을 맡았으며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또 이번 전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만들어진 비영리 전시로, 전시를 통한 상업행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참여 작가는  강시온(프랑스 파리, 사진/도자기), 백소요(호주 멜버른, 비디오), 이성아(프랑스 파리, 회화), 이오은(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비디오), 조경희 (이탈리아 피렌체, 회화),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2016년부터 안산 온마음 센터의 꽃누르미(압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형성된 꽃마중 모임에서 제작한 여러 점의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그 중에는 고 김관홍 잠수사를 표현한 그림이 있었는데, 작품안에는 접어 붙인듯한 작은 노란 배위에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이번 전시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이하여,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사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아픔을 다독이고자 했다.  참사 후 지난 2년간 해외 한인들은 각 도시에서 집회, 간담회, 영화 상영회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응원해왔다. 올해에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인 예술가들과 희생자 가족이 함께 하는 전시를 개최하여, 세월호 참사를 멀리 타국에서 접하며 해외 한인들이 느꼈던 슬픔과 미안함, 그 수많은 감정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작가 자신을 찾고자’’,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작업을 재개’’

19 19 30분에 오프닝 행사가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김수진씨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먼저 참여작가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번 전시 참여에 대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예술치료사인 강시온은 기억과 감정을 주제로,우리의 기억에 각인된 슬픔과 아픔이 어떻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뀌어 삶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도자기와 사진을 주 테크닉으로 사용하는 작가는 « 콩시루Shirubean »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새 싹들을 통해 « 존재의 빛» 이라는 메시지에 접근하고자 했다. 강시온 작가는 세월호 참사는 작가 자신에게 트라우마였다고 하면서, 어떻게 할수 없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심정이었음을 밝히면서 작가에게 자녀가 있어서인지 더 크게 다가왔고, 아마 죽을때까지 죄책감을 지고 갈것 같다고 했다.그는 또 이번 기회에 전시를 하게 되어 고맙고, 이런 작은 힘들이 모여 큰 힘이되어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오은 작가는 멀리 떨어진 타국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하고, 그녀 자신의 단상을 흑백의 이미지와 절제된 톤의 영어 나레이션으로 재구성한 비디오 작품을 전시했다. 영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그의 담담한 목소리 뒤에는 참사에 관한 분노와 슬픔이 감추어지지 않는 듯 하다. 그의 비디오 작품 « 사월 Sawol » 은 이 비극의 무작위성에 대해 경고한다. 그 배에 탄 사람은 어쩌면 당신이나 내가 되었을 수도 있다고...이오은 작가는 보통 큰 사건이 일어나면 그때뿐이고 금방 잊어버리곤 하는데, 세월호 참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아프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는 당시 매일 울고 있었다고 기억하면서,내가 왜 이러는가 ? 하는 의문이 들었고, 작가 자신이 살기 위해서, 그런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사월’이라는 영상 작업을 했다고 한다.이오은 작가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고발, 혹은 위로하기 보다는 자신을 찾고자 한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IMG_3501.JPG      왼쪽부터 참여작가 백소요, 이오은, 강시온, 이성아, 전시 주최자인 클레르 함, 전시 기획의 김수진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며 무지에서 시작된 침묵이 진실을 가릴때 벌어지는 비극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도, 혹은 피의자가 될 수도 있는 이 시대에 진실은 언어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다. 백소요 작가는 비디오 «Mute Off»를 통해, 오로지 신체의 추상적인 움직임만으로 진실과 침묵 그리고 비극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고, 침묵했던 자신을 상여에 실어보내며, 비극이 존재하지 않을 먼 곳에 대한 염원을 표현한다.백소요 작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발언조차 하지 않고 살았던 자신에 대해 부끄러웠고, 말을 하고 사람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멜번에서 활동가로 활동하고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생각이 많았지만 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회에는 소외된 사람들이 많이 있고, 세월호가 시작이라는 것, 그런 다양한 목소리를 작가들이 표현함으로써 전달할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고 했다.

빛과 꽃을 소재로, 보이지 않지만 드러나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파리의 이성아 작가는 흰 물감에 덮여 흰 바탕에 놓인 꽃의 수관을 따라 한 줄기 한 줄기 섬세하게 흰 색의 붓질로 그려내면서 화폭 위의 꽃의 두께감이 빛을 만나며 그림자로서 그 형태를 드러내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꽃이 원래 지닌 색과 형태는 흐릿해지지만 빛 아래에서 꽃의 섬세한 존재가 느껴진다. 흰 벽에 걸릴 흰 색의 그림, 그리고 흰 물감에 덮인 가녀린 꽃은, 더 이상 만져거나 볼 수는 없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 존재하는 그들의 모습과 닮아있는 것 같다. 이성아 작가는 뜻깊은 전시에 참여할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최소한의 붓질과 색, 가장 단순하고 쉬운 우주적 언어. 조경희 작가는 동굴 벽화 같은 회화를 추구한다. 실루엣만으로 그려진 그림 속의 사람들은 말이 없다. 오직 몸짓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뿐. 그들이 특정한 정체성을 갖지 않는 것은 관객이 그림 속의 인물이 되어 자신 만의 기억과 생각에 집중하길 바라는 작가의 배려다. 조경희에게 그림은 소통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전시에 참석하지 못한 이태리 피렌체의 조경희 작가는,2014 4 16일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돌아오고난 직후 세월호 소식을 들었고 그 이후 세월호 사건과 희생자 가족들을 대하는 부패한 한국정부와 태만한 사회를 지켜보면서 큰 충격을 받아,오랫동안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 참여하면서 신기하게도 지난 몇년간 그림을 그릴 수 없던 닫힌 마음이 서서히 녹으면서 2014년부터 정체 상태였던 작업을 재개하게 되었다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해왔다. 그는 아크릴 작품 세 점 ‘’떠도는 작은 배 (팽목항)’’, 섬의 두 아버지 (동거차도), ‘’집으로 돌아와주세요’’를 전시했고, 416세월호 가족협의회에 작품을 기증했다.

이날 오프닝 행사에는 한인 및 프랑스인 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최정우 씨가  2014년에 세월호 추모를 위해 만든 곡"진도"를 기타로 연주했고, 대금 연주자이자 연출자인 이인보 씨와 이중주로 초혼의 곡을 연주했으며, 유은영 씨가 정호승시인의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를 낭송했다.  그리고 4.16연대 박래군 대표와 김미나 심리생계분과 팀장 (큰 건우맘)의 파리 전시에 부치는 영상편지를 TV 화면을 통해 볼수 있었다.

전시를 준비하며 클레르 함씨는 이번 행사가 희생된 우리 아이들을 추모하는 동시에,그간 참사로 마음이 아팠던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여줄 쉼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히면서, ‘‘진상규명’’이란 긴 여정을 끝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 더 힘차게 함께 나아가야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젊은이들, 세월호 참사가 이곳 한국인들에게 어떤 비중으로 와닿았는지?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프랑스 젊은이들은 세월호 참사가 외국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크게,  그리고 어떻게 다가왔는지를 보기 위해 전시에 왔다고 하면서, 참여 작가들을 인터뷰했다. 그들이 전시장에서 본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이곳의 한국인들은, 아무것도 할수 없었던 무기력함과 참사를 둘러싼 거짓들에 심하게 분노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전시 오프닝에 참석한 어떤 파리거주 한인은 ‘멀리 호주, 독일에서 오셔서 세월호 추모 전시를 하는 것을 보니 감동적이고 감사하다’고 하면서, 예술가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세월호 참사를 대하며 가진 가슴에 맺힌 슬픔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또 많은 이들이 참석한게 뜻밖이었고, 이런 행사를 통해 세월호 이후 찾아내지 못한 진실이 밝혀질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또 오늘의 모임은 슬픔보다는 희망임을 강조하면서 유가족들의 영상편지 또한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파리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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