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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 작가의 파리 개인전이 621일부터 25일까지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에 열렸다. 그는 안동대 미대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러시아, 셍 페테스부르그 국립미술학교인 레핀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다수 입상한바 있고, 부산 국제 아트페어 특별전과 부산 비엔날레'Now Asian Artist'전 등의 단체전과 가나 아트스페이스, 안동 문화예술의 전당, 부산국제아트페어’ 벡스코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이번 전시는 강기훈 작가의 프랑스 전시의 한 일환으로 6 15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옹플뢰르에 위한 AtelierGallery에 이은 파리 개인전이다.

그의 회화 작품은 사진이라는 착각이 들만큼 정교하고, 섬세하다. 어떤 관객은 사진인줄 알고 그의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회화임을 알고는 소름끼친다고 했고, 회화라는 평면 작업에서 콜라쥬 같은 입체감이 돋보인다는 감상평을 남긴 관객도 있었다.

이번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 전시에서는 대추와 목련을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대추는 프랑스에서 찾아볼수 없는 열매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프랑스인들에게 우리의 관혼상제때 주로 사용하는 대추를 맛보게 하기 위해 말린 대추와 대추칩을 가져왔다.

작가는 ‘’대상이 지닌 실제의 실재를 도출하고 표현하는 것이 바로 본인이 추구하는 회화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한다. 그에게 회화적 사실주의는 회화적 재현을 그 전제로 한다. 즉 대상과 표현된 결과물의 유사성을 따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사성의 기준인 색, 형태, 질감, 양감 등의 다양한 정보가 대상과 얼마만큼 일치하느냐에 따라서 사실성의 정도가 결정된다.

하지만 작가는 대상과의 일치성에 중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 대상의 지각적 동일성을 추구하고 실제의 모방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여기서 사실적인 재현은 동일성, 일치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실제의 실재를 재현하고자 한 것이다. 실제의 실재는 사실이나 현실 그대로 존재함을 재현하는 대상의 실재성의 표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이같은 극사실적인 표현법에 대해 직접 작가를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MG_1300.JPG                                           강기훈 작가,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 개인전에서

 

‘’대상이 지닌 실제의 실재를 도출하고 표현하는 것이 바로 본인이 추구하는 회화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하셨는데요, 이런 정교함을 표현하려면 많은 습작 훈련이 있었겠어요.

-그것을 이야기하려면 10여년전에 러시아 유학때로 거슬러올라가는데요, 제가 거기서 인체를 4년동안 공부했어요. 제가 다닌 레핀아카데미는 인체만 공부하는 학교에요. 1학년때는 머리만, 2학년때는 상반신, 3학년부터 5학년까지는 전신을 모두 그리게 하는 곳인데, 유화와 뎃생을 통해 이런 작업들을 하고 6학년이 되면 1년동안 졸업 작품을 준비하게 됩니다. 거기서 색을 많이 배웠어요. 러시아 색이라는게요, 거기는 날씨가 많이 흐리거든요. 일년에 해 뜨는 날이 파리보다 더 적을거에요. 그래서 그림 자체가 컴컴해요. 그런데 우리 한국은 해가 있는 날이 많쟎아요. 러시아에서 배운 색과 한국의 색이 합쳐졌다고 봐요.

 

그럼 이런 정교함에는 색감이 좌우한다고 보시는거네요.

-색감과 거기서 표현할수 있는 형태를 봐야되요. ‘실제의 실재를 표현한다’’는게요, 연두색과 붉은색이 비정형적으로 있는 대추의 실제가 있죠. 그런데 제가 그 대추의 모양을 그대로 그리지는 않아요. 똑같이 그릴 필요는 없는거죠. 대추라는 사물은 참고를 하지 모양을 똑같이 하지는 않아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입체감은 붉은 점이 하나 찍히든 안찍히든 상관없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 것은 대추가 가진 실제를 똑같이 그리는게 아닌 저 나름의 재해석으로 그리는겁니다.

 

그런데 관객들은 정교함과 섬세함에 사물과 똑같이 그린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그럴거에요. 그런데 저는 똑같이 그리지 않았거든요. 그런 차이가 있는거죠. 예전 작업인 인체(사람) 그린 것도 마찬가지에요. 키를 조절해서 그려요 

 

개인적인 느낌에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허문듯했는데요.

-다들 제 작품을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하는데요, 제 스스로는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하면 실제보다 더 크게 그려 밀도를 높이는데, 그럼 사진처럼 보여요. 그런데 저는 실제보다 더 작게도 그려요. 하이퍼리얼리즘 같이 보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붓터치한게 보이거든요. 그런데 누군가가 제 작품을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본다고 어쩔수 없지만, 제게 묻는다면 저는 하이퍼리얼리즘은 아니라고 하죠.

IMG_0910.JPG                                 강기훈 작가의 ‘‘신문 위의 대추’’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객

 

존재함의 재현에 중점을 두셨다고 하는데요, 저 같은 일반인은 그게 회화로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만...

-오르세 미술관에서 가서 19세기 인상주의 작품들을 봤지만, 그때는 한 시대를 풍미한 주류가 있었쟎아요. 현대는 그게 다 사라져버렸쟎아요.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도 무너져 버렸고, 쟝르로 마찬가지고요,  그러면서 설치미술이 나온거고요. 그러다 보니깐 재현함에 있어서 한계를 두지 않게 되는것 같아요. 전 그게 작가의 성격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치밀하게 계산적으로 해야지 중간에 비뚤어지면 못견뎌요. 그게 그림에 다 나타나죠. 이런게 싫어서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좀 더 자유로운 터치로 그리고 싶었어요. 러시아 유학때 2년동안 애써보았는데 바뀌더라고요. 그러다가다시 돌아왔어요. 제 생각에는 그게 성격인것 같아요.

 

신문 위에 대추를 표현한 작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특별한 의도가 있었는지요 ?

-신문에 글자가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 내용은 다양한데 일단은 정치적인 내용은 좀 배제하려고 했어요. 관련 두 작품 중 한 작품은 문화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고, 다른 한 작품은 의학적인 내용이에요. 신문에 이미지가 적게 들어가 있는 부분을 찾으려 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컬러 이미지가 있거나 흑백이라도 이미지가 들어가버리니깐 대추 표현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최소한 흑백에 텍스트만 있는것을 고르다 보니깐 저렇게 선택했어요.

 

대추를 소재로 삼으신 이유는요 ?       

-대추를 우연히 그렸는데 전시할때마다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연두색이 있어서 그런지... 대추를 그리면서 연두색과 붉은색의 조화를 보면서 지도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땅과 바다의 경계 같았어요. 그리고 대추가 씨가 있는 과일이쟎아요. 이게 왕을 의미하는 과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관혼상제, 태어날때부터 결혼식, 제사상에까지 대추가 올라가죠. 시작부터 끝까지 대추가 있는거에요. 또 대추가 결실률이 좋아요. 꽃이 100개 피면 대추가 100개 달려요.

 

이번 전시에 목련 작품도 있쟎아요.

-바로 전 작품들에 제가 독립운동가들을 그렸어요. 오래전에 일어난 독립운동이쟎아요. 독립운동가들이 자신의 목숨을아끼지 않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것인데, 우리 기억속에서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희미해져가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들의 모습을 흐릿하게 그리면서 같이 목련을 그렸었어요. 목련을 북향화라고 해요. 남쪽에서 빛을 많이 받으면 꽃봉오리가 북쪽으로 향해 버려요. 옛날 조선시대에 보면, 임금을 향해 절을 할때는 북쪽으로 보고 했쟎아요. 그래서 목련이 왕과 나라라는 상징이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목련을 그렸어요.

 노르망디 옹플뢰르 전시는 어땠어요 ?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데 대추가 프랑스인들에게는 생소한 과일이어서요. 프랑스에는 대추가 없대요. 그래서 말린 대추와 대추칩을 가져와서 시식하게 했어요. 프랑스인들이 이게 어디서 나오는거냐고 묻더라고요. 대추는 한국과 중국에서 많거든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

-대추 작업을 한지는 얼마되지 않아요. 계속 대추를 그릴수도 있고 다른 작업으로 갈수 있는데요. 저는 밸리댄서 인물화를 8년 정도 그렸는데, 그때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강기훈이라면, 사람들이 ‘’~벨리댄서 그리는 작가’’라는 인식을 주고 싶었거든요. 작품이 팔리든 안팔리든 8년 정도 정말 꾸준히 그렸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제가 알려지면 바꿀려고 했어요. 이제는 좀 자유롭게 하려고 해요. 풍경이 좋으면 풍경을 그리고,, 다른 것들이 나올수도 있고요. 그런데 대추는 그리다보니 매력이 있어요. 지금은 바닥에, 신문지에 대추를 그리는데 또 다른 형식으로 대추를 표현해보고 싶어요.   

 

                                                                                                                        <파리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