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파리CBMC 특별전, “길과 진리”

관리자 2016.01.22 22:49 조회 수 : 1022

102.jpg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εγω ειμι η οδος και η αληθεια και η ζωη….”

(요한 14: :6a)

 

2014년 5월 CBMC[한국기독실업인회] 파리대회를 맞아, <파리 CBMC 특별전>이 갤러리 퐁데자르(Galerie Pont des Arts, ‘예술의 가교’란 불어/ 파리 15구)에서 은혜롭게 개최되었었다. 당시 전시에는 권순철, 정하민, 진유영, 손석, 임동락, 이배, 남민주 작가가 초대되었다. 갤러리 퐁데자르가 올해 서울에도 개관했다. 작년 전시의 풍성함을 상기하며, 다시 한번 ‘파리CBMC’에 속하는 작가들을 초대하여 전시를 한다. 이번 전시에는 권순철, 정하민, 진유영, 신성희, 손석, 남민주 작가가  초대되었다. 

 

6인 초대작가들의 작품을 바라보며, 공통된 주제로 담을 수 있는 성경 구절을 찾았다. 그런데 무게감과 어려움 때문에, 글쓰기를 이리저리 피해왔던 구절인, ‘요한 복음 14장 6절 전반부’를 결국 다루게 되었다. 

 

“내가 곧 길(οδος)이요 진리(αληθεια)요 생명(ζωη)이니…” (요한 14:6a). 

 

이 구절은 동양 사상의 진리 방법론으로써의 ‘길(도 道, Tao)’이라는 개념과, 서구 철학과 신학의 목적론으로써의 ‘진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거기다가 이러한 ‘길’이나 ‘진리’ 개념보다 더 오래되고 무겁고 광범위한 개념인 ‘생명’과 다시 연결되고 있다. 우선 동양의 진리와 관련해서는, 많이 언급되는 노자의 ‘도’ 중의 하나인 “도법자연”(道法自然: 도는 스스로, 저절로, 혹은 본래 그러하다)만 다룬다 해도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서양 진리에 관해서는, 서구에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거의 모든 사상가들은 각각 ‘진리’를 최고의 목적으로 삼고 자신들의 사상이나 철학을 전개 해왔다: 보편적 진리로서 ‘도덕적 선’을 주장했던 소크라테스, ‘관념적 이데아’를 말한 플라톤, 등등. 여기에 ‘생명’(zoe)이라는 낱말은 고대 히브리어와 고대 그리스어의 ‘영혼’ 혹은 ‘생명’ 개념과 비교 분석되어야 한다. 단순히 신약 성서의 컨텍스트에서만 말한다 해도, ‘zoe’(ζωη 조에: 생명, 신성한 생명, 하나님의 영, 혹은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성도의 생명, 영靈, 등)를 말하려면,  ‘bios’(비오스: 현재 지상생활의 조건 속의 생물학적 육체적 생명. 눅 8:14; 딤전 2:2)나 ‘psyche’(프쉬케: 개인적 생명, 혼魂. 마2 :20 ; 막10 :45)도 언급되어야 이해가 가능해 진다. 결국, 요한복음 14장 6절 전반부는 한 문장도 아닌 ½ 문장으로, 동서양의 철학과 신학을 집약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무겁고 중요한 성서의 구절을 이번 전시의 주제로 삼은 이유는, 동양과 서양을 오가며 활동해 온 여섯 명의 작가들의 작업은, ‘여기서 지금’ (hic et nunc)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예술은 우리에게 하나의 ‘길’로써 혹은 하나의 ‘진리’로써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이끄는 제시를 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빠르고 가벼워지는 이 시대에, 이들은 우리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여 깊은 사색과 명상을 요청하고 있다. 

 

심은록 (SIM Eunlog) 미술 비평가, 감신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