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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서 도적은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으로 보물창고를 열고 들어간다. «열려라 참깨»라는 명령어는 외부를 열어서 자아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도적은 보물이 쌓인 동굴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듯이, 흔히 자아는 외부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김선미(Sun Mi KIM)는 그 반대로 «참깨야 나를 열어줘»라고 주문을 건다. 이처럼 나를 열어서 외부가 침투하는 것을 허용하고, 나 자신이 외부화 되려고 노력 한다. 그의 작품 <변화>, <두 개 사이>, <탄력의 공간> (2015년, 대리석 가루, 색료, 실, 작품 사이즈 변화 가능), 등은 이러한 작가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캔버스 자체가 열려 외부와 연결된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캔버스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아무 상관 없는 듯이 떨어져 있으나, 이 두 캔버스는 피처럼 빨간 실로 연결되어 있다. 붉은 실은 기하학적 다각형 모형으로, 두 캔버스의 어떤 관계를 지시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 고민하고 있는데, 작가는 그 실을 이번에는 캔버스 밖에 있는 보일 듯 말 듯 한 아주 작은 못에다 건다. 그러자, 캔버스와 벽면을 연결하는 또 다른 다각형의 공간이 만들어 진다. 이 다각형의 공간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 상관도 없었던 캔버스와 벽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연결 시킨다. 캔버스 안과 캔버스 밖의 벽에는 눈에 잘 뜨이지 않은 가는 못들이 있고, 작가는 이 실의 위치를 다양하게 바꾸면서, 서로 의미 없었던 것들에게 새로운 공간 관계들을 만들어 낸다. 그는 관람객이나 자신의 작품을 소유한 컬렉터에게도 실의 자리를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로써 관람객은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작가의 작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관람객이 더 이상 관람객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 안으로 그리고 작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 참깨야 나를 열어줘 »

 

심은록 (SIM Eunlog, 미술비평가,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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