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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주년 한불수교 기념
한불소나무 작가협회의 전시
 ‘0감이 오다’


초청 기획가 심은록 (미술비평가,
2016년  제11회 광주비엔날레특별전  큐레이터 및
제7회 광주국제아트페어 국제부 큐레이터)

 

 
  2016년은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를 맺은 지 130주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며, 프랑스에서는 작년 9월부터 올해 중반까지, 한국에서는 올 한 해 동안 예술, 문화, 학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풍성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소나무작가협회’(Association Des Artistes Sonamou, 이하 소나무)의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소나무와 예술의 가교

 

  소나무는 2015년  10월, 130주년 한불수교 및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 50주년’ 기념 전시인  <감각교류sens croisés> (기획 심은록)를  파리국제예술공동체 전시관 전관에서 개최했다. 이제 장소를 파리에서 서울로 옮겨, 2016년 6월 18일부터 7월 20일까지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정락석 대표는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매년 6월 퐁데자르 갤러리[서울점]에서,  한불 소나무 회원들의 만남과 축제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갤러리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이러한 제안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처럼 기쁘고 의미있는 ‘한불소나무 초대전’을 매년 개최하겠다는 퐁데자르 갤러리는 그만큼 깊고 끈끈한 인연으로 소나무와 엮여있다. 

2008년 12월, 파리의 퐁데자르(4 rue Péclet 75015 Paris FRANCE) 개관전에는 파리소나무작가협회의 고송화, 박동일, 김성태, 조돈영, 권순철 작가들을 초대하여   <오감>전 (기획 심은록)을 개최함으로, 그 첫 발자국부터 소나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시작했다.  서울 퐁데자르 갤러리는 이미 소속 큐레이터가 있음에도, <오감>전을 기획해 준 첫 인연 덕분에 필자를 다시 초청했다. 사실 올해 전시의 주제인 ‘0감’은  앞에서 언급한 전시 ‘오감’ (다섯 감각이라는 의미의 ‘5감五感’, 나에 대한 감각이라는 의미의 ‘오감 吾感’, 시인 이상의 ‘오감도 烏瞰圖’에 근거한 ‘오감 烏瞰’ 등을 의미)에서 착안 되었다. 

 ‘한불수교 130주년’이 시작되는 시기인 2015년  8월 29일, 파리 갤러리 개관 7년만에, 서울 퐁데자르 갤러리가 삼청동에서 개관되었다.  ‘퐁데자르’(Pont des arts)는 불어로 ‘예술의 가교’를 뜻하며, ‘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는 중간지대, 그리고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매개자 역할’을 상징한다. 이름 그대로, 퐁데자르 갤러리는 프랑스와 한국, 유럽과 아시아의 좀 더 활발한 예술 및 문화 교류가 이뤄지기를 기대하며, 또한 파리의 소나무와 한국의 소나무가 일년에 한 번씩 전시를 계기로 대화와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1991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소나무 협회는 같은 사상이나 비슷한 작업 경향의 작가들의 모임이 아니라, 아틀리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1991년 8월 22일 설립된 소나무는 이씨레뮬리노(Issy-les-Moulineaux) 시의 옛 국방성 탱크정비 공장을 개조해 만든 ‘아르스날’ (Artsenal, 불어로 '예술 Art'과 '병기창Arsenal'을 조합한 신조어)에서 시작되었다. 전시장과 46개의 공동작업실을 만들어, 그 절반인 23개는 한국작가들에게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외국작가들에게 배분되었다. 소나무 협회의 한인작가들이 주체가 되어 외국작가들과 함께 집단적 작업공간을 마련하고, 단체 활동(작업, 전시, 작가들 간의 국제교류 등)을 한 것은 재불미술사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사건 중의 하나다. 세계 곳곳에서 온 창의적이며 독특한 작가들이 아르스날에서 작업하며, 다양한 실험적 작품들이 만들어졌고, 이를 전시하면서, 적극적인 국제 교류가 이루어지고, 국적을 넘어선 우정이 돈독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소나무 작가들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한국, 미국, 등 각지에 퍼져나가 그곳에서 각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소나무는 설립부터 지금까지 이처럼 외부를 향한 문을 활짝 열어 예술적 국제교류를 적극적으로 해왔다. 아르스날은 공장지대였던 이씨레뮬리노 시를 예술과 문화지대로 변화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일반적으로는 지역환경에 따라 작가의 예술 경향이 바뀌는데, 반대로, 아르스날 아틀리에의 작가들은 지역을 예술적으로 바꾸었다. 2002년 소나무 작가들은 아르스날에서 현재의 아르슈(les Arches)로 아틀리에를 옮겨야 했다.
현재, 파리 소나무 회원은 약 55명이 되고, 한국 소나무 회원은 약 40명이 넘는다. 미국과 전세계에 있는 회원들, 특별회원까지 합치면  150여명이 되는 커다란 단체이다. 언젠가 이들 모두가 만나는 예술의 장, 소통의 장, 기쁨의 축제의 장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0감이 오다’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 ‘0감이 오다’이다. ‘0감’은 0감(零感), 영감(靈感), 공감(共感) 등을 의미한다.
올해 2016년은 무한한 0상[공상]의 자유를 예술과 삶에 도입한 다다이즘이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들의 사상적 배경은 현상학적 에포케(epoché)나  0도의 그리기(cf.  롤랑바르트 « 글쓰기의 0도 »)로 접근되면서, 새로운 예술을 위해 모든 근대적 편견을 유보하자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0감’(零感)은 감각뿐만 아니라 이성도 제로화 함으로써 지금껏 가졌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등을 괄호 속에 넣자(에포케)는 이야기다. ‘0감’은 또한  ‘하늘이나 외부로부터 예술가의 내부로 전달되는 기운, 새로운 발상, 생기를 불어 넣는 영감(靈感)’이기도 하다.  사실, ‘0감’(零感)이나 ‘영감’(靈感)은 거의 동시에 작용하나,  단지 논리적 순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신을  제로(零)로 비울 때야 비로소 외부의 영(靈)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자신을 비울 때, 타자와의 진실된 교류가 가능해 진다는 의미다.
또한 ‘0감’은 작품의 결과보다는 작품을 창출하는 과정에 더 주목하며, 작업에 있어 의미의 폐쇄나 보류를 뜻하기에 롤랑 바르트의 « 0도의 글쓰기 »라는 개념에도 접근한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저자의 죽음”이 가능해 진다. 현대의 많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 설명[사용된 마티에르, 작품을 만든 과정 등]은 하나, 작품에 대한 의미를 말하는 것을 자제하곤 한다. 이는 관람객들의 해석을 존중하고, 그들의 감성적 해석에 보다 많은 자유를 주기 위한 배려이다. 그래서 현대 작품은 작가의 아틀리에가 아니라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감동과 함께 완성된다.
 
요약하면, 전시 제목의 ‘0감’은


(1) 아무런 편견없이 0(영 zero)에서부터 지각한다는 의미에서 ‘0감’ (零感)을 상징하고,
(2) 예술에 있어서, 독창적이고 새로운 발상을 주는 ‘영감’(inspiration 靈感)을 의미하며,
(3) 전시장에서, 이 작품이 관람객들과 함께 대화하며 교류가 가능한 ‘공감’(sympathy 共感)을 의미한다.

 

 

전시‘0감이 오다’를 통해,

우리 모두가 지금까지의 편견과 선입견을  ‘0감’ (zero零感)화 할 수 있고,

그 비워진 자리에 충만한 ‘0감’(靈感)을 받으며, 작가나 관람객  모두에게 예술적 ‘0감’(共感)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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